동네 끝자락에 작은 수선집이 하나 있었습니다. 간판의 글자는 바래 있었고, 유리문은 오래되어 삐걱거렸지만, 밤이 되어도 그 가게의 불은 좀처럼 꺼지지 않았습니다. 가게 주인은 칠십을 훌쩍 넘긴 노인이었습니다. 그는 매일같이 낡은 옷과 찢어진 가방, 떨어진 단추를 조용히 꿰매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어느 날, 비에 흠뻑 젖은 중학생이 가게 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조심스럽게 들어왔습니다. 아이는 교복 소매를 보여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저씨… 이거 고치면 얼마예요?”
노인은 잠시 옷을 살펴보더니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금방 되지. 앉아서 조금만 기다려.”
아이는 고개를 숙인 채 의자에 앉아 손을 꼭 쥐고 있었습니다. 수선이 끝났을 때, 아이는 주머니를 뒤적이다가 멈칫했습니다. 동전 몇 개가 손바닥에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을 본 노인은 아무 말 없이 옷을 건네며 말했습니다.
“다 됐다. 비 오는데 조심해서 가.”
아이는 놀란 눈으로 노인을 바라보다가, 울컥한 얼굴로 고개를 깊이 숙이고 뛰어나갔습니다.
그날 이후로도 가게에는 이런 손님들이 종종 찾아왔습니다. 취업 면접을 앞두고 해진 정장을 가져온 청년, 아이 가방을 고쳐 달라며 눈치를 보던 어머니, 혼자 사는 노인의 낡은 겨울 코트까지. 노인은 늘 비슷한 말만 했습니다.
“괜찮아. 입을 수 있으면 된 거지.”
몇 해가 지나 겨울이 깊어질 즈음, 가게 불이 며칠째 켜지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그제야 노인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가게를 정리하던 날, 서랍 안에서 작은 수첩 하나가 발견되었습니다. 그 안에는 날짜와 함께 짧은 메모가 적혀 있었습니다.
‘오늘은 학생 교복 소매 수선. 돈 못 받음. 그래도 괜찮음.’
‘면접 본다는 청년. 잘 됐으면 좋겠다.’
그 수첩의 마지막 장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누군가 다시 걸어갈 수 있다면, 오늘 하루는 잘 산 거다.’
며칠 뒤, 수선집 앞에는 꽃과 함께 쪽지들이 하나둘 놓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덕분에 면접에 붙었습니다.”
“아이가 아직도 그 교복을 기억합니다.”
가게의 불은 꺼졌지만, 노인이 남긴 따뜻함은 여전히 사람들 마음속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었습니다.